영화 플립 원작 원서 소설 플립 (Flipped) 리뷰

영화 플립 원작 원서 소설 플립 (Flipped) 리뷰

이 책은 어떻게 읽게 되었나?

이번에는 원서로 읽기 전에 영화로 나온 것을 모른 채 읽은 책이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오디오북과 함께 읽어내려갔다. 오디오북이 없으면 원서를 읽는 기분이 안 나서 아마존(Amazon.com)에서 킨들e북중에 오디오북(Audible)과 연동이 되는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Flip 이라는 단어에 ‘바뀌다’라는 의미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내레이션을 남자 아이 목소리와 여자 아이 목소리가 번갈아 나왔다. 보통은 처음 몇 페이지 정도는 전체적인 캐릭터와 함께 상상의 세계를 만드느라 머릿 속이 혼란한 가운데에 시작하는데 이번 만큼은 그렇게 애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황에 몰입이 잘 됐다. 

마음에 남는 부분 또는 감동받은 부분은 어디인가? 그 이유는?

또 감동받은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쥴리가 브라이스가 이사를 온 이후로 내내 짝사랑을 하고 있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브라이스도 쥴리 삼촌이 지적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놀리는 부류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을 알면서 사랑에 대해 시들해진다. 물론 그럼에도 쥴리는 브라이스를 마음 속에서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서도.  반대로 브라이스는 쥴리가 그동안 자신에게 해왔던 모든 것들에 손사레를 치던 것들이 할아버지 쳇 던컨이 말한 것처럼 ‘쥴리의 진가’를 알게 되고, 쥴리는 계속 피하는 상황에서 브라이스가 마지막에 쥴리가 그토록 원했던 버들나무의 씨앗을 심고 쥴리의 마음을 알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여준 장면때문이다. 브라이스는 자기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직접 그 모습을 보여준 남자가 된 것이다.

좋다고 생각한 등장인물 또는 장면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역시 주인공인 쥴리 베이커와 쳇 던컨이 10여년을 인사도 없이 지내다가 친구가 된 장면을 꼽고 싶다. 일전에 쳇의 사위가 쥴리네 집은 너무 더럽고 지저분한데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시건방을 떤 말들이 쥴리네 집에 흘러들어갔고, 쥴리가 ‘정말 우리집이 다른 집과는 다르게 좀 지저분한데, 왜 그래?’ 라고 부모님에게 말하다가 ‘그건 이게 우리집이 아니기 때문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럼에도 쥴리는 자신이 사는 곳은 곧 우리집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앞마당과 뒷마당을 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평소 가족에게도 과묵하고 밖에도 잘 안나가는, 쥴리가 좋아하는 브라이스라는 남자아이의 할아버지인, 쳇 던컨이 갑자기 쥴리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면서, 나이 차는 나지만 친구로 지내는 모습이 정겨워보였기 때문이다.

싫은 등장인물 혹은 장면이 있는가? 왜 싫었나?

어른답지 않게 구는 브라이스의 아빠인 스티븐 로스키가 싫었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무례하고 남을 하대하는 말과 행동이 싫게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장인어른인 쳇 던컨이 쥴리 베이커네에 가서 일을 도와주는데, ‘웬일이슈?’ 뉘앙스의 조롱하는 태도는 정말로 못봐줄 지경이었다. 그것도 가족이 모두 나란히 밥을 먹고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책의 내용과 비슷한 경험이나 이 이야기로부터 기억해낸 경험이 있나?

독후감을 써내려가다가 생각이 탁 났다. 첫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고, 나도 어릴 때 덩치 큰 동네 형을 놀린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부끄러운 기억중에 하나지만, 간증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써본다. 그 사람은 나보다 덩치가 훨씬 컸지만 행동이 늘 굼뜨고 만만해보여서, 지나갈때마다 ‘바보야’와 같은 조롱섞인 단어를 섞어가면서 동네친구들과 딴에는 재밌었는지 웃으면서 도망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 그랬었네. 난 쥴리의 아버지처럼 ‘모든 사람은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라이스 아버지 같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놈이었다. 아니다 브라이스에게 ‘쥴리 삼촌이 지적장애인이니까 쥴리도 장애인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브라이스의 친구인 ‘가렛’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등장인물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버들나무가 뽑히는 것을 반대하려고 나무 위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쥴리가 브라이스에서 ‘도와줘’라는 메시지를 보낼때 브라이스는 창피해서 빨리 그 상황을 피하려고 다른 친구들과 학교버스를 타고 황급히 떠나는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나도 남세스러워서 그냥 도망가고 보는 그런 아이었다. 특히나 귀가 얇고 아직 성인이 되어서도 줏대가 없기로 유명한 내가 브라이스 아빠 밑에서 자랐으면 ‘그 아비의 그 아들’이라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근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여자애가 다른 아이들 있는 앞에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대놓고 안 도와주는 그런 아이는 아니었을 것 같았….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쥴리네와 브라이스네는 아주 집안 분위기가 상반되어 있다. 개성넘치는 오빠들을 너그러이 지켜봐주는 베이커 부부와 함께 사는 쥴리는 진국중에 진국인 여자아이다. 한편, 장인어른에게 함부로 대하고 생각을 필터링하지 않고 막 내뱉는 남편과 뭐만하면 화만내는 누나를 두고 있는 브라이스는 부끄러움이 많고, 당차지가 않으며 자신의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처럼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아이다.

여기서 저자는 브라이스의 할아버지가 되어서 등장인물 속에서 브라이스에게 말하는 것처럼, 독자에게도 말하려는 것 같았다. 가령 브라이스의 겉모습을 보고 졸졸 따라다니는 속물같은 여친들을 뒤로하고, 마침내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쥴리의 진가를 알게 된 브라이스처럼 독자들도 사람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Get beyond his eyes and his smile and the sheen of his hair.
Look at what’s really there’
저 친구의 눈동자와 미소, 빛나는 머릿결의 너머에 있는
그것들을 보아라

이 이야기를 읽고, 새로 배운 것, 느낀 것, 자신의 생각에 변화가 있는가? 

생각의 변화라기보다는 미국소설에도 장애인 비하가 등장하고, 집주인이 아니라서 함부로 집에 손을 대지 못하는 베이커씨 가족을 보면서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약자가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몰라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면보다는 다시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책이라 여운이 많이 남는다. 작가가 그토록 많은 질문을 하는 편지를 받았다는 ‘그래서! 쟤들 나중에 사귀고 쥴리가 그토록 원하던 키스를 하는건가요?’ 에 궁금증이 가기보다는 ‘나도 베이커씨 가족과 같은 환경에 놓여있었으면 어떤 모습을 하고 다녔을까? 혹시 지금보다 더 어둡고 우울한 사람이 되었을까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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