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베라는 남자 원작 소설 A Man Called OVE 독후감상문
킨들어플을 쓴 지 2년이 넘어갈때 즈음해서, 오더블이라는 전자책과 연동이 되는 오디오북이 없으면 못 읽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가 원서카페에서 추천을 받았고, 마침 오디오북과 연동까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냉큼 산 책이다. 하지만 좀 어려워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가 묵혀둔 원서고, 2번 읽은 원서가 잘 없는데 두번째 읽은 책 중에 하나다.어렵게 진도를 뺀 만큼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직 뭔가 덜 읽은 것 같고, 찝찝해서 회사에서 점심시간 등 틈날 때마다 읽기 시작했다. 역시 2번째 읽는 것이라 술술 읽어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여타 원서보다 좀 어려웠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작가의 스타일인지 몰라도 일단은 스웨덴 출신이라고 해서 역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영어를 잘해서 영문소설까지 쓰는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스웨덴 사람이라서 이렇게 어렵게 읽혀지나? 하는 내게 변명거리를 남기는 여지를 주기도 했다.
마음에 남는 부분 혹은 감동받은 부분은 어디인가? 그 이유는?
오베라는 남자는 우리나라로 치면 뼈속깊이 경상도 남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말이 없고, 말이 있어도 툭툭 내뱉는 사람이다. 근데 이 사람의 아내에 대한 사랑은 각별해서 아내가 죽은 후, 매일같이 산소에 들러 있었던 이야기를 독백하는 장면들이 인상에 남는다. 특히나 마지막에 오베가 드디어 아내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열고나서 아내에게 ‘더 살아가게 할 이유가 생겼어’라는 말을 할때 어디선가 눈시울이 붉혀졌다.그리고 오베는 스웨덴 자동차에 대한 큰 자부심이 있고, 외국여자와 동성애자, 그리고 동물에 대한 고정관념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배척하지 않는 영감이다. 앞집으로 이사온 임신한 이란 여자를 너무 수다가 많고 귀찮다고 여기지만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찾아와서는 무슨 일이 생겼다면서 도와달라고 하면 툴툴거리면서 운전까지 가르쳐주는가하면, 동성애자 아들을 창피하게 여기는 아버지를 피해 지낼 곳이 없는 총각을 자신의 집에서 잠깐만이라도 살게 한다든지, 자꾸 자신을 따라다니는 고양이를 못살게 구는 개를 혼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이 영감이 싫지가 않고, 그의 이야기와 과거를 알고 싶어지고 이야기도 그의 과거를 조금씩 열어주기 시작한다.
좋다고 생각한 등장인물 또는 장면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베의 죽은 아내인 ‘소나’를 존경했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닥친 시련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말이다. 예를들면 엄마를 일찍 여의고, 신혼여행이라고 갔던 스페인 여행에서 차사고를 당해 유산을 하고, 다리를 쓸 수 없는 지경에서도 처한 상황을 비관하지 않았고, 선생님인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빠짐없이 수업을 하러가는 것에 감동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나의 집념을 전혀 거스르지 않고, 몸이 불편한 그녀를 위해 집을 개조하고, 학교에 출근 할 때에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도로를 갈고 닦는 오베의 모습도 이 글을 쓰는 순간을 미소짓게 해주는 장면이다.
싫은 등장인물 혹은 장면이 있는가? 왜 싫은가?
싫은 등장인물은 당연하게도 오베부부와 함께 이사와서 쭉 살다온 아니타의 남편을 요양시설로 보내려고 강제하는 정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양복에 매서운 안경을 쓴 공무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타의 남편이 치매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니타는 남편과 헤어지고 싶지 않고, 아들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돌아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혼자 남기 싫어하는데도 방침이라며 무조건 끌고가려는 이 사람들은 어떠한 동정심도 주지 않는 걸 보고, 참 시스템에서 절차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에 질렸다.
책의 내용과 비슷한 경험이나 이 이야기로부터 기억해낸 경험이 있나?
사실 오베라는 남자처럼 나도 죽으려고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근데 편하게 죽고 싶은 마음에 어둠의 경로로 약을 사려고 했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판매를 하는 사람과 인터넷상에서 거래를 하려고 했었다. 오베라는 남자는 이웃, 특히 임신한 이란댁으로부터 자살시도가 실패를 하지만, 나는 죽으려는 판국에 ‘약값이 비싸서’ 시도를 그만두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나의 메시지 ‘아니 무슨 약을 이렇게 비싼 가격에 팔아요?’
등장인물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오베같이 마지막까지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걱정까지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죽으려고 할때마다 나타나는 주변 인물들은 점점 웃기기까지해서 읽는 내내 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 참 재밌고, 살아가는 이유를 매일 던져줄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기분이 울적하고 감정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과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견디기가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오베처럼 살아갈 자신은 아직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스웨덴차가 미국차로 바뀌고, 이란사람이 스웨덴으로 이주하고, 동성애자를 아직도 혐오하는 사회와 함께 국가가 마음대로 본인의사와는 관계없이 요양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해도, 오베가 죽으려고 할때마다 나타나는 사람들처럼 ‘당신도 살아야할 이유가 분명있는 사람’ 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읽고 새로 배운 것, 느낀 것, 자신의 생각의 변화가 있는가?
나는 사람에게 기대를 너무 많이해서 실망을 많이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마음의 문을 꽉 닫은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한번 더 깨닫는다. 물론 아직도 내 삶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지만, 그래도 아직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소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남아있는 한, 내가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씨앗이 될 것이니까.
But we are always optimists when it comes to time; we think there will be time to do things with other people. And time to say things to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