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추천도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독후감상문 후기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 선택한 이유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동진 작가의 추천도서 중에 하나로 소개되어서다. 룰루 밀러(Lulu Miller)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존재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하는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를 찾거나, 교보문고에서 잘 팔리는 책들의 원서를 읽었지만, 어느순간부터 그런 베스트셀러들이 형편없게 느껴졌다. 아마도 유튜브에서 광고하는 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어 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평소에 이동진의 유튜브를 잘 보는데, 유튭 알고리즘에 조금 지난 이동진의 도서추천이 있길래, 이 책을 소개하더라. 근데 소개를 하자마자 바로 영상을 정지시키고, 읽었다. 왜냐면 나는 대충 내용을 알면 읽기가 싫어지는 경향이 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서 매력을 느낀 이유는?
그렇게 이 책의 도입부분을 보았을 때는 작가가 Taxonomist(분류학자)로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에 대한 자서전 격으로 생각하기도 했으나, 챕터를 넘기면서 그녀의 자라온 세월과 그녀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뭔가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인물이 다른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 나는 우울증에 ADHD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내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쪽이 큰 패배를 하면서, ADHD 특성상 어떤 한쪽에 크게 매몰되는 내가 선거결과에 너무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 집중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도입부분을 짧게 요약하자면?
작가는 잠깐 외도를 하고 사랑했던 남자가 떠난다. 그러다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의 물고기에 대한 열정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고자 한다. 작가는 이미 아버지로부터 ‘너는 이 세상에 크게 중요하지 않단다’ 라고 듣고 자라서 세상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차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삶이 가치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누군가의 가치를 찾다가 이 분류학자를 찾은 모양이었다.
싫다고 생각한 등장인물 또는 장면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작가가 따라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물고기를 그렇게 탐험해가면서 잡아들이고 1800년대까지도 지칭되지 않았던 물고기에 이름을 지어주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다가온 풍파로 그 물고기의 병에 이름을 적은 병들이 모두 깨지고 말았다. 가족을 잃은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물고기에 대한 열정으로 물고기에 아예 이름표를 실로 꿰메어 보관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물고기에 이름을 적어서 어떤 생물이 존재함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등급 나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이 자는 결국 우생학을 전파하기 시작하고, ‘열등한 인간’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을 한곳에 가두고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등, 자칭 ‘물고기로 다시 돌아가지 않게 우등한 인간들이 세상을 이끌어가야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가끔씩 조선시대 후기 사진을 커뮤니티에서나 뉴스를 볼 때면 늘 생각하는 것이 ‘저 때 미국은 큰 빌딩에 엘리베이터까지 있었는데, 조선은 뭐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런 우생학을 퍼뜨린 인간이 미국에서 전파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인과 비슷한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았던 등장인물 혹은 장면이 있는가? 왜 좋은가?
당연히 좋았던 장면은 물고기라고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그렇게나 물고기에 집착하고 물고기와 다른 생명체, 그리고 인간들끼리의 등급까지도 분류한 데이비드 조던의 열정어린 삶이 모두 부정당한 부분이 아주 통쾌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장으로 인하여 희생을 당하고 여전히 그 상처로 인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는 슬프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부분에서 많은 조던의 흔적이 묻어나는 많은 스탠포드의 건물들이 그의 이름을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비록 죽었더라도 그가 세운 물고기를 명명하고 생명들을 모두 정렬시키는 열정을 부정당함으로써 그의 삶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한 꼴이 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안 읽으면 알 수가 없다.
책의 내용과 비슷한 경험이나 이 이야기로부터 기억해낸 경험이 있나?
나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작가의 아버지가 말했던 You don’t matter (너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왕따를 당했고 친구도 없어서 그런지 혼자 생각하면서 세상에 대해서 부정적이었고, 염세적이었으며, 그리고 나에 대한 혐오가 늘 내 안에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저 분류학자가 많은 사람들을 우등인간과 열등인간으로 나누면서 ‘어쩌면 내가 저 시대에 살았으면 열등한 인간으로 낙인찍혔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우울증이 있고, ADHD도 있는 상황인데, 저 우생학자들의 눈에는 또 다른 내가 인간 세상을 후퇴시키지 않기 위해서 나를 어떻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 말이다.
등장인물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장인물, 즉 작가가 나였다면 나는 지금도 그렇듯이 회의적인 삶을 살면서 그냥저냥 살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살아있는 슬픔과 존재의 이유에 대한 줄기찬 의문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누가 내 앞에 나타나서 멘토가 되어주는 그런 가상현실을 생각할 동안에 작가는 삶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계속해서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인상깊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자는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물고기나 다른 동물들과 인간에 대한 분류는 결국 사람이 만든 것에 불과하고, 이 조그마한 티끌 속에 ‘우리는 큰 틀로 봤을 때 각기의 삶은 중요하지 않지만, 자신 나름대로의 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중요함을 깨우쳐나가는 것이 삶이 아니냐’고 말하는 듯하다. 그니까 남이 만든 틀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면서 주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은가 보다.
이 책를 읽고 새로 배운 것, 느낀 것, 자신의 생각의 변화가 있는가?
우울증과 ADHD를 앓은 지 족히 10여년을 넘어간 상황에서 최근 온갖 나라에 대한 걱정으로 지난 3개월 동안 국회의원 선거결과 때문에 화도 나고 힘도 들었던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바로 든 생각은 ‘그래,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다’ 였다. 어느 소설의 한 문장처럼 ‘행복은 사람의 숫자만큼 많다’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본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이나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물고기라는 관념에 사로잡혀서 모든 것을 등급화시켜서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내 존재의 하찮음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